굴뚝기업 배출 먼지 잡아준 이피아이티

입력 2021-02-14 17:57   수정 2021-02-22 18:36


지난해 철강, 발전, 시멘트, 석유화학 분야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 사업장의 먼지 배출 허용 기준이 ㎥당 10~70㎎에서 5~50㎎으로 33% 강화됐다. 전국 발전소와 공장마다 석탄재 등 산업용 분진을 걸러주는 집진기를 설치하고 기존 집진기의 성능을 개선하려는 수요가 급증했다. 20년간 전기·여과집진기 제조기술을 축적한 대기환경 설비업체인 이피아이티가 지난해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공장 가동률 100%를 유지한 배경이다.

이피아이티는 여과집진기의 여과 능력을 높이고, 비용을 낮춰주는 주름 형태의 필터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업체다. 국내 전기집진기 부품 시장 1위 업체이기도 하다. 김종문 이피아이티 사장은 “전기·여과집진기에 들어가는 집진판 방전극 필터 등 핵심 부품을 모두 자체 생산해 공급하는 곳은 국내에서 이피아이티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여과집진기 성능 개선 시장 주도
집진기 시장은 크게 정전기를 통해 미세 분진을 달라붙게 해 제거하는 전기집진기와 공기청정기처럼 필터에 공기를 통과시켜 분진을 포집하는 여과집진기로 나뉜다. 설치비용은 여과집진기가 저렴하지만 필터 교체 등 유지보수 비용이 많이 들어 기업들은 전기집진기를 선호한다. 하지만 전기집진기는 탈진(먼지를 털어내 분리하는 작업) 작업 때 일부 먼지가 배출돼 환경 규제에 대응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김종문 사장은 2005년부터 여과집진기의 필터 비용을 낮출 방법을 고안하기 위해 수억원을 쏟아부으며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2013년 ‘비고정식 주름 필터’를 세계 최초 개발해 미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에 특허를 출원했다. 겉면에 주름이 나 있어 일반적인 원통형 필터보다 접촉면적이 2~3배 넓다는 게 특징이다. 마치 물고기 아가미가 산소교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름 모양으로 진화한 것과 비슷한 이치다.

탈진할 때 주름이 자동으로 펴지면서 먼지를 덩어리째 밀어내 아래로 배출하기 때문에 탈진 후 먼지가 필터에 다시 붙는 기존 필터의 문제점도 해결했다. 여과 능력과 필터 수명이 2~3배 늘어나고 교체 비용은 최대 40% 줄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제품을 세계일류상품으로, 환경부는 우수연구개발 혁신제품으로 각각 선정했다.

굴뚝기업들의 납품 요청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쌍용양회는 강원 북평공장에 8억원을 투자해 새 여과집진기를 설치할 예정이었지만 계획을 바꿔 5000만원만 들여 이피아이티의 주름 필터로 교체했다. 태안화력발전소도 3억5000만원을 들여 여과집진기를 추가로 설치하려다 4000만원만 내고 이 필터로 해결했다. 한국전력 산하 영흥 당진 태안 하동 삼천포 강릉 등 6개 화력발전소도 이 필터 1만3000개로 발전소 내 여과집진기 필터의 30%가량을 교체했다. 비철금속 분야 국내 1위 업체인 고려아연 역시 국내와 베트남, 호주 등 전 공장의 1만7000개 필터를 이 제품으로 바꿨다.
구조조정 계기로 창업…국산화 앞장
이피아이티 매출은 지난해 10% 늘었다. 올해 매출은 1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연간 전기·여과집진기 신규 설치 시장 규모가 1000억원, 기존 집진기의 효율을 높이는 ‘성능 개선’ 시장 규모는 수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과집진기 성능 개선 시장에서도 이 회사는 국내 1위라는 평가다.

김 사장은 국내 집진기 시장 개척자인 KC코트렐 창립 멤버로 근무하다 2000년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구조조정 대상에 오르자 창업에 나섰다. 전화번호부 책에 나오는 중소기업 700곳을 찾아내 “집진기에 문제가 생기면 연락을 달라. 무상으로 수리해 드리겠다”고 자필 편지를 보내며 영업 기반을 다졌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도 기회였다. 당시 현대·삼성·한라중공업이 비용 절감 차원에서 환경설비 관련 사업부를 없애고 외주로 돌리면서 일감이 늘어났다. 수입에 의존하던 전기·여과집진기 핵심 부품을 모두 국산화한 그는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와 부평국가산단에 공장을 세웠다. 김 사장은 “여과집진기 시장에서 세계 최고가 되는 것이 목표”라며 “필리핀과 베트남에 지사를 설립해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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